국내 1위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임직원의 성과평가(KPI)와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 보험설계사들에게 삼성카드 모집을 사실상 강요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보험설계사에게 위탁계약 외의 업무를 강요할 수 없도록 규정한 보험업법 제85조의3을 위반했을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임원부터 지점장, 영업관리자 등 조직 전반의 성과평가에 ‘카드 가동률’(소속 설계사의 카드 발급 참여율)을 핵심 지표로 반영해 왔다.
특히 2022년부터는 카드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재원을 별도로 신설하고, 해당 항목의 평가 배점을 확대하는 등 설계사 대상 카드 모집 압박을 조직적이고 구조적으로 강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압박 구조는 현장 보험설계사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보험설계사 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삼성화재 소속 설계사의 96.6%, 삼성생명 설계사의 93.6%가 “카드 발급을 강요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강요 방식으로는 ▲삼성화재의 경우 ‘카드 목표 미달 시 지점 운영비 회입’(64.4%) ▲삼성생명은 ‘관리자 평가 반영을 이유로 한 압박’(73.2%)이 대표적이다. 설계사들은 이러한 부수 업무 강요가 본업인 보험 판매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설계사의 수익 구조와 업무 효율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카드의 영업 전략도 눈에 띄게 변화해왔다. 2015년 전체 신규 발급의 84.8%를 차지하던 전속 모집인 채널은 2024년 63.6%까지 감소한 반면, 삼성생명·화재 설계사를 통한 카드 발급 비중은 15.2%에서 36.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삼성카드가 비용이 더 드는 전속 채널을 축소하고, 계열사 보험설계사를 핵심 채널로 활용하는 전략적 전환을 단행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보험설계사 채널은 신규 발급 비중 36.4%에 불과했지만, 지급된 수수료 비중은 34.0%로 낮아, 삼성카드 입장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유리한 영업 채널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안은 삼성생명·화재의 개별적 영업 방식을 넘어, 삼성 금융계열사 전반의 ‘복합영업’ 및 시너지 전략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삼성금융네트웍스는 ‘금융경쟁력제고TF’ 등 사실상 그룹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며, 계열사 간 사업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 통합 플랫폼 ‘모니모(Monimo)’를 통한 데이터 공유 및 교차판매, 경영진 인사 교류 등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결국 수만 명에 달하는 보험설계사 조직이 삼성카드 등 타 계열사 실적 향상을 위한 저비용 영업 채널로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시너지’라는 명분 아래 설계사들이 본업 경쟁력을 희생하고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보험업법 제85조의3 제1항 제5호는 보험사가 설계사에게 위탁계약서에서 정한 업무 외 업무를 강요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삼성 측은 ‘자발적 참여’라고 주장하지만, 임직원 평가와 보상을 연계해 실적을 압박하는 구조는 실질적으로 ‘간접적 강요’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김현정 의원은 “삼성이 그룹의 시너지와 이익을 이유로 보험설계사들에게 부당한 영업 압박을 가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설계사의 생계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보험계약자의 권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불공정 영업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금융당국은 삼성생명·화재의 보험업법 위반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설계사 권익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삼성 금융계열사의 불공정 관행을 철저히 따져보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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